요즘 시드니의 날씨는 부쩍 추워졌다.
하지만 6월처럼 연이어 비가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부는 날들은 없어 다행이지만, 잠을 설친 후 아침에 추운 공기 속으로 나온다는 것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는 날들이 계속 찾아온다. 따뜻한 이불 속의 유혹과 직장에 가야 하는 의무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자명종을 끈 후 몇 번이고 계속한 후 결국 의무감의 승리로 끝이 나 내키지 않게 침대 속에서 나온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남자는 하체(?)를 튼튼히 해야 좋다고 하나? 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아무리 추워도 아랫도리는 최소한(?)의 옷차림으로 하고 자는 습관이 들었다. 그래서 침대에서 나오자 마자 내 다리의 맨 살들은 시드니 아침 추위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 덕분에 잠은 좀 깨게 된다. ^^
이상하게 오전과 저녁은 꽤 쌀쌀한 기운이 돌지만, 오늘 오후 같은 날씨는 참 따뜻한 햇살의 축복을 받아서 좀 힘든 오전을 보낸 날들은 그러한 햇살을 바닷가에서 받아 보고픈 충동이 언뜻언뜻 생긴다. 대학생 시절에는 날씨 좋으면 과감히 수업도 빼먹고 차를 몰고 바닷가로 갔었는데… 날씨가 매우 좋으면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모래 사장의 늘씬한 미녀들과 운(?)이 좋으면 일광욕하기 위해 가슴을 드러내 놓고 드러누워 있는 여인들을 보고 학업의 힘든 여정을 잊곤 하였다. ^_^;;;
아~~~ 요즘은 그리 했던 시절이 참 그리워 진다. 수업 빼 먹듯이 과감히 근무 시간을 못 빼먹는 사실에 점심 시간 때 회사 밖으로 나왔다가 화창한 하늘을 보면서 한탄(?)하게 된다. (이 사실이 내 상사의 귓속에 들어가지 않기를… ^^)
만약 한국에서 여자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일광욕하기 위해 비키니의 가슴 부분을 벗어 던진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커다란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주변에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계시다면 커다란 소리로 호통 치시고 경찰에게 연행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못 피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국에 있을 때 카페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심하게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무척 놀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밖에서는 자유롭게 담배를 못 피는 스트레스(?) 때문에 카페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커피와 구름 과자를 즐기는 것이었다.
호주와 한국의 두 문화에서 살아서 그런지, 간혹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곤 한다.
한국에서 수많은 차량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잿빛 하늘을 보고 있으라면 "시드니는 그래도 이렇게 차가 안 막히는 참 좋은 나라야… 수정처럼 맑은 하늘도 볼 수 있는데…"라고 중얼 거린다. 시드니의 은근한 추위에 짜증내면서 한국의 온돌을 그리워 하는 마음도,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동동주를 그리워하는 생각도, 늦은 시간에 피자 외에 분식 집에서 해 주는 여러 음식들을 배달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 간절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서글픈 사실 같지만, 한국에서 일년간 근무하기 전까지 나는 호주인 보다는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믿어 왔고 그리 생각했었다. 비중을 두자면 아마 60% 한국인, 40% 호주인 이라 생각했다. 호주에서 14년간 살면서 그러한 생각을 가져 왔는데, 참 이상한 것은 한국에서 1년 생활하면서 그 배율의 분배가 뒤바뀌어서 이제는 한국인보다는 호주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러한 생각보다 난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살아온 날들 때문에 그리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호주라는 사회 속에서, 여러 인종들이 뒤섞여 사는 다문화 사회라 하지만 주로 백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회 안에서, 벌써 외형적으로 틀리게 보이는 동양적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이질감을 느껴 온 지도 모른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나보다 체격도 더 좋고, 노랑 머리, 밤색 머리,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그들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별 이상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나를 당혹하게 한 것은,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만 모여 있는 한국 사회 속에서, 나의 모국어만 하는 사람들 속에서 동질감 보다는 이질감을 느꼈을 때이다. 주위 환경으로 봐서는 분명히 동질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잘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느껴지는 이질감을 그 속에서 느꼈을 때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포근하고 소중한 추억을 지니게 되었지만, 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라는 말을 할 때 잠시 머리 속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현실…
"우리 나라"라고 말할 때 상대방이 내가 과연 어느 나라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까 하고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현실…
예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정체성 문제로 보여 나를 무척 괴롭혔을 테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첫사랑의 아픈 기억도 덤덤히 회상할 수 있듯이, 그러한 덤덤함으로 받아 들인다. 고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1.5 세대의 특별한 특징으로 받아 들인다. 기념할 만한 개성으로 덤덤히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저녁으로는 뜨끈한 밥과 김치를 흡족히 먹는 내 모습이 나의 그러한 "개성"을 전부 다 나타내 보여질 수 있을련지… ^_^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사진 설명: 대학생 시절 자주 놀러가던 Manly 바닷가입니다. 사진 출처- http://www.skycam.com.au/>

하지만 6월처럼 연이어 비가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부는 날들은 없어 다행이지만, 잠을 설친 후 아침에 추운 공기 속으로 나온다는 것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는 날들이 계속 찾아온다. 따뜻한 이불 속의 유혹과 직장에 가야 하는 의무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자명종을 끈 후 몇 번이고 계속한 후 결국 의무감의 승리로 끝이 나 내키지 않게 침대 속에서 나온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남자는 하체(?)를 튼튼히 해야 좋다고 하나? 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아무리 추워도 아랫도리는 최소한(?)의 옷차림으로 하고 자는 습관이 들었다. 그래서 침대에서 나오자 마자 내 다리의 맨 살들은 시드니 아침 추위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 덕분에 잠은 좀 깨게 된다. ^^
이상하게 오전과 저녁은 꽤 쌀쌀한 기운이 돌지만, 오늘 오후 같은 날씨는 참 따뜻한 햇살의 축복을 받아서 좀 힘든 오전을 보낸 날들은 그러한 햇살을 바닷가에서 받아 보고픈 충동이 언뜻언뜻 생긴다. 대학생 시절에는 날씨 좋으면 과감히 수업도 빼먹고 차를 몰고 바닷가로 갔었는데… 날씨가 매우 좋으면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모래 사장의 늘씬한 미녀들과 운(?)이 좋으면 일광욕하기 위해 가슴을 드러내 놓고 드러누워 있는 여인들을 보고 학업의 힘든 여정을 잊곤 하였다. ^_^;;;
아~~~ 요즘은 그리 했던 시절이 참 그리워 진다. 수업 빼 먹듯이 과감히 근무 시간을 못 빼먹는 사실에 점심 시간 때 회사 밖으로 나왔다가 화창한 하늘을 보면서 한탄(?)하게 된다. (이 사실이 내 상사의 귓속에 들어가지 않기를… ^^)
만약 한국에서 여자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일광욕하기 위해 비키니의 가슴 부분을 벗어 던진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커다란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주변에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계시다면 커다란 소리로 호통 치시고 경찰에게 연행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못 피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국에 있을 때 카페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심하게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무척 놀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밖에서는 자유롭게 담배를 못 피는 스트레스(?) 때문에 카페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커피와 구름 과자를 즐기는 것이었다.
호주와 한국의 두 문화에서 살아서 그런지, 간혹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곤 한다.
한국에서 수많은 차량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잿빛 하늘을 보고 있으라면 "시드니는 그래도 이렇게 차가 안 막히는 참 좋은 나라야… 수정처럼 맑은 하늘도 볼 수 있는데…"라고 중얼 거린다. 시드니의 은근한 추위에 짜증내면서 한국의 온돌을 그리워 하는 마음도,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동동주를 그리워하는 생각도, 늦은 시간에 피자 외에 분식 집에서 해 주는 여러 음식들을 배달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 간절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서글픈 사실 같지만, 한국에서 일년간 근무하기 전까지 나는 호주인 보다는 한국인에 더 가깝다고 믿어 왔고 그리 생각했었다. 비중을 두자면 아마 60% 한국인, 40% 호주인 이라 생각했다. 호주에서 14년간 살면서 그러한 생각을 가져 왔는데, 참 이상한 것은 한국에서 1년 생활하면서 그 배율의 분배가 뒤바뀌어서 이제는 한국인보다는 호주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러한 생각보다 난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살아온 날들 때문에 그리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호주라는 사회 속에서, 여러 인종들이 뒤섞여 사는 다문화 사회라 하지만 주로 백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회 안에서, 벌써 외형적으로 틀리게 보이는 동양적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이질감을 느껴 온 지도 모른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나보다 체격도 더 좋고, 노랑 머리, 밤색 머리,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그들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별 이상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나를 당혹하게 한 것은,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만 모여 있는 한국 사회 속에서, 나의 모국어만 하는 사람들 속에서 동질감 보다는 이질감을 느꼈을 때이다. 주위 환경으로 봐서는 분명히 동질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잘 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느껴지는 이질감을 그 속에서 느꼈을 때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포근하고 소중한 추억을 지니게 되었지만, 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라는 말을 할 때 잠시 머리 속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현실…
"우리 나라"라고 말할 때 상대방이 내가 과연 어느 나라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까 하고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현실…
예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정체성 문제로 보여 나를 무척 괴롭혔을 테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첫사랑의 아픈 기억도 덤덤히 회상할 수 있듯이, 그러한 덤덤함으로 받아 들인다. 고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1.5 세대의 특별한 특징으로 받아 들인다. 기념할 만한 개성으로 덤덤히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저녁으로는 뜨끈한 밥과 김치를 흡족히 먹는 내 모습이 나의 그러한 "개성"을 전부 다 나타내 보여질 수 있을련지… ^_^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사진 설명: 대학생 시절 자주 놀러가던 Manly 바닷가입니다. 사진 출처- http://www.skycam.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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