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대의 낙서
길 들어지기
CKChoi
2000. 8. 9. 15:49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Gordon 이라는 시드니 북쪽에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비교적 나무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본 적이 없었던 여러 새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저희 집의 작은 뒷 정원에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이 생겼는데, 바로 한 쌍의 잉꼬 새
입니다.
손바닥에 올려 놓여질 수 있는 크기의 초록색, 주황색, 푸른색, 빨간색 등 가지가지
색상의 깃털을 뽐내는 작고 예쁜 새들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왜 “잉꼬 부부”라는 말이 탄생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혼자서 오는 법은 절대로 없고 꼭 함께 저희 집 뒷 정원을 방문합니다.
그들이 오면 참 예뻐 보이고 오랫동안 저희 집에 머무르게 하고 싶어 흑설탕이나
다른 모이를 뿌려 줍니다.
한번은 한 남자 직장 동료 분에게 위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 분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요 David씨… 우리는 새만도 못한 인간들인가 봐요.
걔네 들도 자기 짝이 있어서 함께 다니는데 우리는 뭐죠?” 하며 푸념(?)을 하여
한바탕 웃었습니다.
“어린 왕자”란 책을 읽어 보면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길 들여진다”라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길 들여지면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되고, 만나는 시간이 되기 전부터 그 만남
자체를 놓고 설레어 지게 된다고 하죠.
그 잉꼬 새 부부도 저와 제 동생이 모이 주는 것에 길 들여 졌는지 주로 오전에 찾아와
뒷 정원을 향해 있는 창의 난간에 기대어 안을 기웃 거립니다.
저희들 역시 그 예쁜 새들에게 길 들어 졌는지 혹시 오늘은 찾아 오지 않았을까 하고
뒷 정원을 살피게 되며 항상 흑설탕을 준비해 두고 있죠. 비 오는 날은 은근히 걱정도
하게 되고요.
처음에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 안에 모이를 주고 안으로 들어가면 새들이 내려와
먹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을 모이를 주고 그냥 몇 발짝 물러서기만 해도 새들이 안심하고 와서 달콤한
흑설탕을 먹게 되었죠.
이제는 어떤지 아십니까?
제가 손으로 그들에게 흑설탕을 먹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잉꼬 새들의 부리 안에 작은 혀가 있어서 달콤한 흑설탕을 제 손에서 핧아 먹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깃털을 눈 앞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며, 빨간 테두리에 까만 점 같은
그들의 눈도 바라볼 수 있답니다.
간혹은 새들이 아주 가까이서 흑설탕을 먹기에 그들의 가슴, 배 부분이 제 손끝을 닿는
일들도 있습니다.
새들의 가슴을 만져 본 이들은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러한 자연과의 가까운 접촉이 절 약간 흥분 시키고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듭니다.
지난 주말에는 손으로 흑설탕을 주다가 그들이 거의 다 먹었기에 서서히 손을
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한 새가 자신의 앞발로 제 손가락을 꽉 잡아서 제가 손을 빼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놀랬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저의 손을 그렇게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잡은 것이 아닐까요?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손이 아니라 먹이를 주는 손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그리 할 수
있었겠죠.
간혹 먹이를 주다가 그 새들의 머리를 새끼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싶다 라는 충동도
일어납니다. 그만큼 귀엽게 보이기 때문이죠.
나중에 더 길들여 지면 그리 할 수 있는 날들이 있겠죠?
새들하고도 이런 길들어짐이 있고, 그러면서 서로 믿음과 신용이 생기는데,
하물며 사람하고는 더할 나위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길들어짐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 그러한 절차를 밟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행복해 하시고 감사 드리세요.
혹 지금 현재 그렇지 않더라도 항상 길들어짐을 받을 준비를 하고 계세요.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 사람이 되고, 그 사람과 떨어질 수 없게 된다는
일처럼 큰 행복은 없으니 그러한 준비를 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길들어져 가면서 점점 아름다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큰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그러한 길들어짐에 제가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그 잉꼬 새 부부를 저희 집에
보내 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그냥 오늘 문득 생각해 봅니다.
8월의 첫 날입니다.
행복하세요-

비교적 나무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본 적이 없었던 여러 새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저희 집의 작은 뒷 정원에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이 생겼는데, 바로 한 쌍의 잉꼬 새
입니다.
손바닥에 올려 놓여질 수 있는 크기의 초록색, 주황색, 푸른색, 빨간색 등 가지가지
색상의 깃털을 뽐내는 작고 예쁜 새들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왜 “잉꼬 부부”라는 말이 탄생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혼자서 오는 법은 절대로 없고 꼭 함께 저희 집 뒷 정원을 방문합니다.
그들이 오면 참 예뻐 보이고 오랫동안 저희 집에 머무르게 하고 싶어 흑설탕이나
다른 모이를 뿌려 줍니다.
한번은 한 남자 직장 동료 분에게 위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 분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요 David씨… 우리는 새만도 못한 인간들인가 봐요.
걔네 들도 자기 짝이 있어서 함께 다니는데 우리는 뭐죠?” 하며 푸념(?)을 하여
한바탕 웃었습니다.
“어린 왕자”란 책을 읽어 보면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길 들여진다”라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길 들여지면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되고, 만나는 시간이 되기 전부터 그 만남
자체를 놓고 설레어 지게 된다고 하죠.
그 잉꼬 새 부부도 저와 제 동생이 모이 주는 것에 길 들여 졌는지 주로 오전에 찾아와
뒷 정원을 향해 있는 창의 난간에 기대어 안을 기웃 거립니다.
저희들 역시 그 예쁜 새들에게 길 들어 졌는지 혹시 오늘은 찾아 오지 않았을까 하고
뒷 정원을 살피게 되며 항상 흑설탕을 준비해 두고 있죠. 비 오는 날은 은근히 걱정도
하게 되고요.
처음에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 안에 모이를 주고 안으로 들어가면 새들이 내려와
먹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을 모이를 주고 그냥 몇 발짝 물러서기만 해도 새들이 안심하고 와서 달콤한
흑설탕을 먹게 되었죠.
이제는 어떤지 아십니까?
제가 손으로 그들에게 흑설탕을 먹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잉꼬 새들의 부리 안에 작은 혀가 있어서 달콤한 흑설탕을 제 손에서 핧아 먹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깃털을 눈 앞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며, 빨간 테두리에 까만 점 같은
그들의 눈도 바라볼 수 있답니다.
간혹은 새들이 아주 가까이서 흑설탕을 먹기에 그들의 가슴, 배 부분이 제 손끝을 닿는
일들도 있습니다.
새들의 가슴을 만져 본 이들은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러한 자연과의 가까운 접촉이 절 약간 흥분 시키고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듭니다.
지난 주말에는 손으로 흑설탕을 주다가 그들이 거의 다 먹었기에 서서히 손을
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한 새가 자신의 앞발로 제 손가락을 꽉 잡아서 제가 손을 빼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놀랬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저의 손을 그렇게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잡은 것이 아닐까요?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손이 아니라 먹이를 주는 손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그리 할 수
있었겠죠.
간혹 먹이를 주다가 그 새들의 머리를 새끼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싶다 라는 충동도
일어납니다. 그만큼 귀엽게 보이기 때문이죠.
나중에 더 길들여 지면 그리 할 수 있는 날들이 있겠죠?
새들하고도 이런 길들어짐이 있고, 그러면서 서로 믿음과 신용이 생기는데,
하물며 사람하고는 더할 나위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길들어짐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 그러한 절차를 밟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행복해 하시고 감사 드리세요.
혹 지금 현재 그렇지 않더라도 항상 길들어짐을 받을 준비를 하고 계세요.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 사람이 되고, 그 사람과 떨어질 수 없게 된다는
일처럼 큰 행복은 없으니 그러한 준비를 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길들어져 가면서 점점 아름다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큰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그러한 길들어짐에 제가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그 잉꼬 새 부부를 저희 집에
보내 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그냥 오늘 문득 생각해 봅니다.
8월의 첫 날입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