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가다 괜시리 기분이 무척 감상적으로 변해지는 그러한 밤들이
찾아온다.
조용한 음악을 잔잔히 틀어놓고 예전 이-멜들을 읽거나, 앨범의 사진들을
들추어보곤 한다.
그러한 때에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한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들과 함께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들은 따스한 행복함을 주기도 한다.
간혹 오래된 어떠한 추억들을 떠올리고자 할 때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한 때는 내가 너무 소소한 기억거리마저 잊지 않기 위해
억지로 끄집어 내며 헛되게 애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한때는 소중했던 추억들도 자연스레 소소한 기억거리로 치부되어지는 것인가 하는 작은 한숨을 쉬기도
한다.
어린 시절 호주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3년반 동안 지낸 후, 막 사춘기에
접어들을 무렵 다시 시드니에 왔을 때, 난 한국에서 정 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척
서글펐었다.
호주에 재정착(?)해 나가는 초창기 무렵, 난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수학 여행 때 찍었던 반 전체 사진을 보며 내 급우들의 얼굴을 한사람씩 짚어가며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고자
했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을 잊지 않을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궁상 맞은 행동을 하는 횟수도
줄었고, 그와 함께 나의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져서 몇년
후 같은 사진을 봤을때 이름과 얼굴을 함께 댈 수 있는 “친구”들의
이름들은 현격히 줄어 들었다.
햇수가 더해질수록 그 줄어듬의 정도는 더
심해졌다.
나의 이-멜 편지함을 보면 년도수에 따라서 멜을 교환하였던 사람들의 이름이 다양하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과의 꾸준한 사귐을 기대하고 바라지만, 정작 나 자신도 기복 있는 사귐의 시간을 가졌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친해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도 그들에게 오랜만에 소식을 전할 수 있고, 나
또한 그들의 소식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칼럼으로 시작되어 현재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이 공간도
어떻게 보면 그 좋은 예인 것 같다.
내 실제 삶에서처럼 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기복 있는 사귐이
있었다.
횟수로 보면 벌써 6년째 이 공간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공간을 내가 소유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잘 꾸미지
못하였다.
그래도 아직은 이 곳을 소소한 기억거리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으니, 난 어쩌면 욕심이 많거나 예전 추억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 같다.
나를 스쳐간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하나 둘씩 그려지는
밤이다.
한 얼굴이 다른 얼굴로 morphing 되어가면서 그와 함께 여러가지 기억 조각들도 몽타쥬가
되어가지만 결코 혼란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칼럼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지 일년이 지난
오늘밤, 블로그라는 새로운 둥지에 이렇게 다시 글을
올리는 현재의 이 모습도 언젠가는 정겨운 추억으로 나를 찾아오게 되는 밤이 있을 것
같다.
자- 우선 당장은 지난 일년 동안 있었던 일과 느꼈던 생각들을 어떻게 펼쳐
보여야 하나…하는 고민을 해봐야지…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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